» 레오파드 게코, ‘중급자’를 위한 먹이와 급수 심층 가이드
Posted in

레오파드 게코, ‘중급자’를 위한 먹이와 급수 심층 가이드

레오파드 게코, ‘중급자’를 위한 먹이와 급수 심층 가이드

1. 프롤로그: ‘살아만 있는’ 것과 ‘잘 사는’ 것의 차이

처음 레오파드 게코를 데려왔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작은 플라스틱 통 안에서 꼬물거리던 생명체. 인터넷을 뒤져가며 밀웜 몇 마리를 주고, 칼슘제를 대충 묻혀주며 ‘이만하면 되겠지’ 안도했던 날들. 맞습니다, 레오파드 게코는 튼튼해서 그렇게만 해줘도 쉽게 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살아있게’ 만드는 것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통통한 꼬리, 선명한 발색, 활발한 움직임. 이 모든 것은 건강한 삶의 증거이며, 그 중심에는 바로 ‘먹이와 급수’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깊이 있는 주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사육을 넘어, 당신의 게코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잘 살게’ 만드는 중급자들을 위한 심화 가이드입니다.

2. 먹이 급여, 단순한 배 채우기를 넘어선 전략

초보 시절에는 그저 ‘무엇을 먹일까’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먹일까’로 시선을 옮겨야 합니다. 먹이 곤충은 단순한 칼로리 공급원이 아니라, 영양을 전달하는 매개체입니다. 이 매개체를 어떻게 가공하고 제공하느냐에 따라 게코의 건강은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2.1. 것로딩(Gut-loading): 당신이 먹이는 것이 곧 당신의 게코가 된다

많은 분들이 것로딩을 ‘먹이 곤충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 정도로만 이해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핵심은 ‘무엇을’ 먹이느냐에 있습니다. 제가 수년간 다양한 먹이를 것로딩해 본 결과,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수분이 적고 영양이 풍부한 채소였습니다. 특히 당근은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쉽게 무르지 않아 먹이 곤충 사육장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 전문 브리더는 피딩 3~4시간 전에 것로딩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며, 당근이 수분이 과하게 나오지 않아 과습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나의 경험담: 처음에는 상추나 배추처럼 수분이 많은 채소를 주었습니다. 곤충들이 잘 먹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육장은 금방 축축해지고 악취가 났죠. 한번은 것로딩을 소홀히 한 밀웜을 급여한 뒤 게코의 변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 후로는 최소 급여 12시간 전에는 반드시 신선한 당근이나 애호박, 고품질의 귀뚜라미 사료로 것로딩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게코의 활동성과 꼬리 두께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2.2. 더스팅(Dusting) 심화: 칼슘과 비타민, 황금 비율을 찾아서

이제 막 더스팅을 시작했다면 ‘칼슘제는 매일, 비타민은 주 1~2회’라는 공식을 따를 겁니다. 하지만 중급자로 나아가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합니다. 핵심은 ‘D3 포함 칼슘’과 ‘D3 미포함 칼슘’, 그리고 ‘종합 비타민’의 전략적 사용입니다.

레오파드 게코는 야행성이지만, 야생에서는 새벽이나 해질녘 약한 자외선에 노출되며 스스로 비타민 D3를 합성할 기회를 갖습니다. 한 논문 분석 자료에 따르면, UVB 램프를 제공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혈중 D3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UVB의 중요성을 시사하지만, 모든 사육자가 UVB 램프를 설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먹이를 통한 D3 공급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나의 경험담: 저는 D3 포함 칼슘제와 미포함 칼슘제, 종합 비타민제를 구비해두고 급여 스케줄을 짭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D3 포함 칼슘제를, 금요일에는 D3 미포함 칼슘제와 종합 비타민제를 섞어서 더스팅합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아무것도 더스팅하지 않은 먹이를 급여하여 영양 과잉을 방지합니다. 특히 산란기 암컷에게는 D3 미포함 칼슘제를 사육장 안에 항상 비치해두어 스스로 필요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방식은 MBD(대사성골질환) 예방은 물론, 과도한 D3 섭취로 인한 부작용까지 막아주는 효과적인 전략이었습니다.

2.3. 급여 주기와 양 조절: 개체별 맞춤 식단 설계하기

성체 기준 ‘2~3일에 한 번’이라는 급여 주기는 평균일 뿐, 정답은 아닙니다. 개체의 나이, 몸무게, 활동량, 그리고 계절에 따라 급여량과 주기는 유동적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기준은 ‘꼬리’입니다. 꼬리가 몸통 중 가장 두꺼운 부분과 비슷하거나 살짝 더 두꺼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나의 경험담: 제가 키우는 한 수컷은 먹성이 엄청나서 주는 대로 다 받아먹곤 했습니다. 초보 시절에는 그 모습이 예뻐서 계속 주다가 비만이 되었고, 결국 거식으로 이어져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최대 급여량의 70%만 급여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는 개체가 적절한 공복감을 유지하여 더 좋은 먹이 반응을 보이고 안정적인 소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과 일치하는 경험이었습니다. 현재는 개체의 상태를 매일 관찰하며 꼬리 상태와 배변 활동을 체크하고, 그에 맞춰 급여량을 미세하게 조절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육’의 묘미가 아닐까요?

3. 물과 습도, 보이지 않는 건강의 바로미터

먹이만큼이나 중요하지만, 종종 간과되는 것이 바로 물과 습도 관리입니다. 특히 탈피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사소한 실수가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1. 급수 방식의 재고찰: 물그릇 vs 분무, 무엇이 최선인가?

물그릇을 항상 채워두는 것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많은 레오파드 게코는 고여있는 물보다 벽면에 맺힌 물방울을 핥아먹는 것을 선호합니다. 한 사육 전문가는 2일에 한 번씩 사육장 한쪽 벽면에 물을 뿌려주는 방식을 추천하며, 과습은 오히려 탈피 부절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나의 경험담: 저는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합니다. 얕은 물그릇을 항상 비치해두고, 2~3일에 한 번 저녁에 사육장 벽면에 가볍게 분무를 해줍니다. 특히 탈피 시기가 가까워오면 습식 은신처의 습도를 높여주고, 분무 횟수를 늘려줍니다. 중요한 것은 ‘과습’을 피하는 것입니다. 사육장 전체가 축축한 것이 아니라, 게코가 스스로 건조한 곳과 습한 곳을 선택할 수 있는 ‘습도 구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3.2. 거식과 탈수, 그 미묘한 신호를 포착하는 법

거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환경 변화, 스트레스, 질병, 발정기 등. 하지만 중급자라면 거식이 ‘탈수’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먹이를 먹지 않는 개체는 먹이에 포함된 수분도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탈수 상태인지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은 목덜미 피부를 살짝 잡아당겨 보는 것입니다. 건강한 개체는 피부가 바로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탈수 상태라면 돌아가는 속도가 느립니다.

나의 경험담: 거식이 시작된 개체에게 억지로 먹이를 강급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입니다.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이죠. 저는 거식이 오면 가장 먼저 사육 환경을 점검하고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에 10~15분 정도 온욕을 시켜줍니다. 이는 수분 보충과 장운동 촉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한 사육자는 거식 증세를 보이는 개체에게 온욕을 시켜주며 스트레스 완화를 시도한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온욕 후에도 먹이 반응이 없다면, 주사기나 스포이트로 입가에 물을 살짝 묻혀주어 스스로 핥아먹도록 유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내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4. 에필로그: 관찰, 모든 사육의 시작과 끝

이 글에서 소개한 모든 팁과 정보는 결국 하나의 단어로 귀결됩니다: ‘관찰’. 당신의 게코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매일 미묘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꼬리의 두께, 눈의 생기, 활동 시간, 배변의 상태. 이 모든 것을 꾸준히 기록하고 관찰하는 습관이야말로 당신을 초보에서 중급자로, 그리고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정해진 매뉴얼을 따르는 것을 넘어, 당신의 개체와 교감하며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진정한 사육의 즐거움일 것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